2024년은 시야가 넓어지고 크게 성장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올해의 나는 운이 좋아서 성장할 수 있는 이벤트들이 많이 일어났고
좋은 사람들을 정말 많이 만나게 되었고 철도 조금 들었고 인생의 방향성도 정하게 되었다
개발자로써의 성장만 적고 싶었는데 그냥 두서없고 정말 긴 일기가 되고 말았다
일단 나에게 있었던 가장 큰 이벤트는 취업 준비를 하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면접을 보러 다니고 실제로 취업을 한 것이다
학부 졸업 이후 회피하며 손놓고있던 개발자 취업을 2월에 다시 시작했다
계속 풀지 않고 있던 코테도 2월에 풀기 시작하고
3월에 은행권 si 코테를 붙고 4월에 지금 회사 코테를 붙었다
반년동안 외국계 기업, 스타트업, 대기업 si, 중소 si의 채용 프로세스를 모두 경험해 보면서 각 회사들의 특징과 장단점을 비교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외국계 기업은 모바일 백엔드 개발자를 뽑았는데 지금 회사 오티 첫날이라 최종면접에 참여하지 못했다
스타트업은 기술면접의 질문 퀄리티는 좋았으나 최종면접에 갔더니 잡무 많다 돈 많이 못 준다 이러면서 사람 굴리는 분위기 팍팍 풍기시길래 나는 이미 취업한 상태여서 그렇게까지 가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기술면접에서 물어보시는 것들이 내가 그 당시에 알지 못했던 것들이라 식견이 좀 넓어졌다
그리고 내가 정말 엉망진창으로 대답하고 그 후에 최종면접에서 그때 몰랐던 것들 이제 알게 되었냐고 물어보셨는데 그땐 내가 어떻게 대답했어야 하는지 몰랐지만.. 다른 스타트업 면접을 다음에 또 준비하면서 내가 그때 무엇을 더 공부했어야 했고 그 질문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파악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했다는 걸 느꼈다
뭐든 몰라도 일단 경험해두면 다음에 실마리를 얻어서 그때 이게 그런 의미였구나~ 하고 재해석되니까 경험은 많이 할 수록 좋은 것 같다...
중소 SI는 영어성적만 보고 먼저 연락와서 나보고 개발도 하고 고용한 인도 개발자랑 통역 업무도 하라고 했다
통역은 별로 하고 싶지 않다고 하니까 그러면 이것도 인연인데 개발자로 면접을 잡아주겠다고 해서 일단 면접 경험이라도 늘려보자 싶고 친구네 도시길래 친구랑 겸사겸사 놀 겸 해서 갔다
면접 질문이랄 것도 없었고 기술면접 질문이랄 것도 없었고 왜 이 스펙으로 서울 안 가시냐고 계속 물어봤다
그럭저럭 잘 대답하고 나와서 친구랑 노는데 면접이 끝나고 한 시간 후에 전화가 와서 합격이라고 모두 나를 너무 마음에 들어 했다고 언제부터 출근할 수 있는지 물어봤다
하지만 연봉을 2800을 준다고 했다... 저걸 첫 연봉으로 이직해서 올리려면 너무 힘들 것 같고
뭔가 느낌상 이 회사 이상은 다음에도 붙을 수 있을거 같아서 취준을 조금 더 하려고 안 간다고 했다
그래도 이때 서류탈락 엄청 경험하다가 최종합격까지 하니까 자존감이 조금 올라가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내가 좋아하는 색으로 하트와 클로버가 그려진 파우치를 만들어 줬는데 너무 힐링됐다
7월에 입사해서 다니면서
이 회사에서 내가 개발자로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이 되고 너무 힘들었다
부서배치도 입사 후에 되어서 부서배치 희망조사하고 결과 나오는 일주일동안 또 넥사크로를 쓰거나 닷넷을 쓰거나 C를 쓰거나 레거시이거나 운영만 하거나 하는 부서에 가지 않고 싶고 그런데 또 외부 SI부서에 들어가서 파견도 가기 싫어서 전전긍긍하면서 결과를 기다렸다
정말 운이 좋게도 우리 회사는 거의 협력사 관리만 하고 운영 업무만 하는데 나는 다른 데에 출장이나 파견을 나가지 않으면서 본사의 시스템을 개발하는 팀에 배정되었다
게다가 기술스택이 스프링 리액트였다 우리 회사에서 갈 수 있는 몇 안되는 실제로 개발을 하며 기술스택도 괜찮은 팀이라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근데 행복하지가 않았다
취업하고 싶어 했고 2800보다 더 받고 싶어했고 서울에서 일하고 싶어했고(분당에 배치받았지만 어찌되었든) 구내식당 있는 회사 가고싶어했고 개발하는 팀 가고 싶어했고 파견은 나가기 싫어했는데 그 모든것이 충족되었는데 행복하지가 않았다 그래서 스스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몇 달 전의 나는 행복할 줄 모르는 바보였다
팀에 들어가서는
SI 회사에 다니면 코드리뷰도 없고 컨벤션도 스트릭트하게 지켜지지 않고 그저 마감 맞추는데만 급급하니까
SI 경력으로 내가 잘 성장할 수 있을까... 다른데 가서 성장하는게 더 빠르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들어가자마자 팀이 너무 바빠서 야근에 추석근무까지 하며 관심도 없고 해보지도 않았던 리액트 업무를 주시면서 자꾸 마감기한 맞추라고 하니까 리액트 처음에 기초 없는 상태로 적응도 안 되고 너무 하기 싫어서 울면서 다녔다
개발을 반짝 열심히 했다가도 추석에도 일하라 하면 하기 싫어서 속도 느려지고
또 반짝 힘내서 열심히 했다가도 로직은 다 동작하는데 예쁘지 않으니 버튼 중앙 정렬을 맞추라는 소리를 듣고 css 보기 싫어서 스트레스를 받고 느려지는 등
신입 치고도 정신머리가 빠진 행동을 하며 처음 한 달을 보냈다
그 후에는 내가 야근과 리액트를 힘들어하는 걸 개발을 힘들어 한다고 생각하셨는지 문서 작업과 테스트로 업무 전환을 시켜주셨는데
그게 더 힘들다는걸 깨달았다
하루종일 엑셀 워드 피피티를 하려니 정말이지 재미도 없고 도태되는 기분이 들어 참을수가 없었다
개발을 한다면 야근을 해도 추석에 근무를 해도 좋아 상태가 되었다
그래서 지인 추천으로 다른 스타트업에 원서를 넣고 라이브 코테를 거쳐 최종면접에 가서 붙게 되었다
이 스타트업 면접을 동기들과 점심시간에 함께 준비했는데 그러면서 내 공부에 회의감도 느꼈고 개발자들이 어떻게 공부를 해야하는지도 많이 느끼게 되었다
나는 코테에만 집착하는 상태였는데 첫 스타트업 면접을 보러 가서 코테를 왜 이렇게 풀었는지 설명할때 경험상 PriorityQueue가 항상 더 빠르길래 그것으로 풀었습니다 -> 라고 하고 왜 빠른지나 내부구현 물어봤을때 대답을 못 했다.
그러고 최종면접때 그때 그거 다시 공부했냐고 여쭤보셨는데 Heap을 쓴다고 하고 왜 빠른지는 설명을 그때도 못했는데(변명을 하자면... 회사에 처음 들어가서 셔틀버스도 못 타고 1시간 40분씩 지하철 3번 갈아타고 통근하느라 힘들어 죽는 상태였다) 이때 다른 스타트업 준비하면서 나는 정말 깊이가 없고 기본이 되지 않아 있었구나... 하고 느꼈다
좋은 개발자는 코드 한 줄에도 이유를 댈 수 있는 개발자라고 작년에 스스로 생각했으면서도 그걸 실제로 행하고 있지도 않았다는 걸 문득 깨달았다
이번 스타트업 면접은 저번 스타트업보다도 훨씬 더 마음에 들었다
재정 상태나 규모도 그랬고 MUV도 100만쯤 되었고 성장세는 훨씬 좋았고 후기에 따르면 분위기도 더 좋은 것 같았다
코테는 둘 다 그냥 평이한 난이도라 무난하게 다 풀었는데
저번에는 면접에서 거의 기술을 어떻게 적용하는지에 대한 프랙티컬한 얘기를 했다면
이번에는 원론적인 이야기들을 했다
GC 관련 질문을 하셔서 어떤 식으로 관리되는지 대답했더니 CTO분이 그럼 객체가 살아있다는 걸 어떻게 알 것 같냐고 하셨다
관련 지식이 없다고 했더니 추측해보라고 하셨다 그래서 역으로 사용되는 객체들에서 자신을 사용하는 것들의 리스트를 가지고 있고 그게 하나 이상이면 살아있다고 판단할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너무 비효율적이지 않냐고 하셨다
그래서 그렇다면 카운트로 관리해서 객체를 생성할때 수를 증가시키고 그 객체를 참조하는 객체가 소멸할때 소멸하는 객체가 참조하고있던 객체의 카운트를 감소시킬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그래서 카운트가 0이면 살아있지 않은 상태로 취급할 것 같다고 그랬더니 그렇게 하는 데도 있죠 이러고 적당히 합격점을 받아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는데
이런 식으로 질문을 하시고 내 사고방식을 보시고 힌트를 주시면서 어딘가로 이끌어 가는데 그게 재미있었다
수학적인 질문도 있었고 뭔가 다른데에서 받아보지 못했던 질문들을 받아서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내가 알고있는 지식들을 답변하려고 하면 외워서 말하는 거 말고 추리해서 말해보라고 하셨다
그런 질문을 하시는 CTO 분이랑 회사에 좋은 인상을 받아서 정말 꼭 가고 싶었다
CTO분과 백엔드 팀장님이 나를 정말 마음에 들어 했다고 전해들었다
그런데 지인분이 말씀하신 연봉과 인사팀에서 제안한 연봉이 달라서 고민이 시작되었다
내 경제적 상황이 별로 좋지 않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은 받아야 하는데 그렇게 정한 최소한의 마지노선보다도 몇백만원 밑이었다
정말 내가 그 돈으로 생활을 할 수 있을지 감당이 가능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동기들 가족들 친구들 내가 아는 몇 없는 개발자 선배들의 의견도 많이 들으면서
일주일동안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잠도 제대로 못 자면서 고민했다
너무 설레는데 너무 무서웠다 생경한 경험이었다
나는 내가 오랜 시간 다른 문제로 힘들어하고 방황하고 회피했기에 전공자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인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나를 붙여주는 서비스 스타트업이 있다면 감사하다고 절하고 가서 정말 열심히 배우고 성장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살고 있었는데 막상 나가려니까 내가 너무 부족해서 잘리지는 않을지... 정말 연봉 깎이는 것 이상의 개발 경험을 얻으며 성장할 수 있을지... 지금은 팀원분들이 다 너무 좋은데 그렇게 좋은 사람들의 사이에서도 적응할때 너무 힘들었는데 옮기면 새로운 인간관계에 적응하느라 내가 더 힘들어하지 않을지... 가뜩이나 눈치도 없는데 바쁜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거슬리지 않으면서 질문하고 내가 많이 얻어갈 수 있을지... 첫 회사를 6개월만 다니고 떠나면 그냥 6개월 날리는건데 내 나이가 적지도 않은데 그게 괜찮은지...
시장도 안 좋은데 여기가 망하거나 잘려도 내가 다른 회사에 바로 가서 개발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인지...
그냥 모든게 다 걱정스러웠고 고민이 많이 되었다
동시에 여기 취업하기 전에도 정말 탈락에 탈락만 거듭하다가 들어왔기 때문에 이번에 서비스 스타트업 붙었는데 못 나가면 나에게 다음 서비스 회사 기회가 있을지도 의문스러워서... 나중에 묘비에다가 개발자가 되고싶었는데 사원때만 개발하다가 승진하고는 운영 업무만 하고 묻히다, 그 때 나가서 개발자 루트를 탔어야 하는데... 이런 걸 적게 될 것 같고 너무 후회할 것 같아서, 나에게 두번째 기회라는 건 없을 것 같아서 진짜 초조했고 영어 닉네임을 쓰고 슬랙 쓰고 효율적으로 일하며 성장하는 스타트업에서 백엔드 신입으로 클 생각을 하니 너무 가슴이 뛰었다
영어로 미팅할 일도 있다는것도 너무 재밌어보였다
스타트업에 다니는 친구가 너무 만족한다면서 스타트업에서 따져봐야 할 리스트를 쭉 말해줬는데(CTO분 성향이나 나이로 머리가 굳어서 보수적인지도 보라고 하거나) 그걸 다 따져봐도 괜찮은 회사였다
회사 경제 상황 ok 내가 들어가는 팀이 신사업이 아니고 캐시카우인 팀 ok 일이 많고 성장중임 ok 기타등등이라 나를 자를 일은 절대 없을 거라고 했다 현직자 분도 비슷하게 말씀하셨고...
친구가 항상 일하는게 너무 행복하고 재밌다고 했고 나와 성향이 굉장히 비슷한 친구라 나도 저런 환경에서 훨씬 행복하겠구나 싶은 인사이트가 있었다... 모두 함께 작은 주제지만 열심히 토론하는 분위기 너무 즐거워보이고...
일주일동안 정말 머리 싸매고 고민하면서 내가 왜 개발을 하고 싶었는지, 내가 일하고 싶은 회사는 어떤 회사인지, 나는 어떤 개발자로 성장하고 싶은지 계속 생각했다 무엇이 나에게 후회가 남지 않을 선택인지...
원래 다른 전공을 했고 학점도 좋아서 그 길로 쭉 가면 안정적이고 고연봉인 삶을 보장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친구의 권유에 의해 우연한 계기로 개발을 해보고 원래 전공에 비해 너무 재미있었고 무엇보다 프로젝트를 하며 사람들과 토론하고 생각의 지평이 넓어지는 그 과정이 너무 즐거워서 복수전공을 했다
트렌드가 자주 변화하는 역동적인 필드인 것도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내 원래 전공은 이미 100년도 더 전에 끝난 학문으로 동일한 계산만 반복한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리고 그 후로 개발을 조금은 더 잘 하게 되고 사이드 프로젝트를 계속 하면서 내가 만드는 서비스에 주인의식을 가지고 정말 작은 것 하나도 어떻게 더 낫게 만들지 고민하는 것 자체도 즐겁고 행복하지만 그것을 나만큼 열정있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다면 바랄 게 없을 정도로 행복하고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사이드 프로젝트에서도 그런 사람들은 만나기 힘들었지만... 내가 원하는 작은 개선이나 토론 주제는 안건으로 올려도 그렇게까지 하고싶지 않다, 중요하지 않다며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백엔드에서 스프링 시큐리티를 사용하고 있고 SecurityContextHolder의 Principal을 쓸 수 있는데 왜 userId를 프론트에다가 저장했다가 api의 request에 포함해서 날려야 하는지... 서버 가입 기능은 있는데 서버 탈퇴 기능은 왜 없는지...
그래서 스타트업에 가서 그 서비스에 주인의식을 가진 열정 넘치는 사람들과 함께한다면 내가 행복하리라는 확신이 있어서 나는 스타트업에 가고싶었다 너무 가고싶어서 그 회사 백엔드 개발자 3명의 원티드, 점핏 인터뷰를 다 찾아서 읽었는데 개발자도 아이디어를 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분위기인 것 같았고 다 함께 장애의 원인을 찾고 트러블슈팅 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았고...
지금은 개선하면 좋을 부분이 보여서 리팩토링을 하자고 하면 그럼 추가 시간에 야근하면서 리팩토링하는건 자유라는 말이 돌아온다 그래서 자체 서비스가 있는 회사는 다르지 않을까? 싶었는데
현직자분과 다른 여러 스타트업 분들의 말을 들어보면 어느 회사든 레거시는 있고 기술 부채 해결은 거의 못 한다고 한다
돈이 되는것은 신기능이지 기존 코드 개선이 아니니까 돈도 안 벌리는 작업을 꾸준히 할 수 있는 회사는 드물 것 같긴 하다...
와중에 동기랑 해커톤에 나갔다
거기서 빠르게 개발하면서 프론트랑 합을 맞췄는데 거기서도 api 개선 의견이 나오고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었다... 스타트업에 나가서 일한다면 약간 이런 기분이겠구나 싶었다 동기가 똘똘해서 동기부여되고 더 재미있었다... 빠르지만 어느정도 수준 이상의 해결책을 원하는 친구여서 기대에 부응하려고 좀 힘내서 했더니 재미있었다 일도 잘해서 척하면 척 잘 하기도 하고...
저 동기를 보니까 일을 잘 하고 싶어졌다 멋있었다
그리고 거기서 내가 쓰는 도커파일에 db 말아서 띄우기 등은 다 이번년도에 같이 한 사이드프로젝트 팀원한테 배운거라 그 팀원한테도 또 고마워졌다
돌이켜보면 지금 내 개발실력(이라고 할 것도 없지만)은 다 사이드 프로젝트들에서 나온거라... 역시 저 스타트업에 가서 굴렀으면 훨씬 빨리 개발이 늘었을 것 같긴 하다... 지금도 아깝다 ㅜㅜ...
얼마간 개인프로젝트를 한 후에는 또 외부에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구해서 해봐야겠단 생각을 했다 그리고 스타트업으로 나가지 않는다면 그만큼 개인시간을 정말 많이 쪼개서 치열하게 살아야 간극이 조금이라도 좁혀지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이드 프로젝트 팀원한테는 정말 배우는 점이 많았었는데... 프로젝트가 이제 루즈해지기도 했고 다들 힘겨워하기도 하고 열정도 사라진 것 같고...
뭔가 인간관계에 지치기도 했고 내가 실수한 것도 있어서 불편하기도 하고.. 혼자 바닥부터 직접 해보면서 공부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회사에서 개발하니까 집 와서는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고.. 해서 개인프로젝트 하러 나가려고 그만 한다고 했다
저렇게 고민하고 있으면서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많이 들었는데
가족들은 내가 항상 문과 공부만 잘 하면서 그 길로 갔으면 인정받고 행복했을텐데 갑자기 이과 가겠다고 하지도 못하는 수학 붙들고 바닥부터 구르면서 고생한 것, 기계공학과 잘 다니면서 학점도 잘 받다가 갑자기 소프트웨어 하겠다고 학점 떨어지고 복수전공하느라 힘들어하고 남들 쫓아가느라 또 바닥부터 구르면서 고생한 것, (아직도 따라잡지 못했다) 등등을 이야기하며 내가 항상 내가 가진 모든걸 버려버리고 고생하는걸 또 보고싶지 않다고, 지금 회사 들어가서 이제 안정적으로 살겠구나 하고 너무 안도했는데 또 내가 그러는게 너무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가족들이 공채로 입사해놓고 왜 포기하냐고 계속 말했다... 경력직 입사랑 다르다고 계속 하는데 이건 솔직히 평생 다닐거 아니라서 공감이 안 갔다...
아침마다 불경기 경제뉴스 링크로 걸어서 가족 단톡에 올라오는 것은 덤이었다
그리고 신기하게 타이밍이 맞게 한 달 전쯤에 동기들과 사주를 보러 가기로 했는데 우연찮게 고민하던 시기에 딱 사주를 보러 가게 되었다
셋이 예약하고 갔는데 다른 애들한테는 몇년에 돈 복이 터진다, 이직한다, 아니면 한 번 이직하고 따박따박 승진해서 임원한다 이런 소리 해주고 평범했는데
나를 보자마자는 지금 그렇게 할까말까 고민하는거 하지 말라고 했다
뭘 자꾸 바꾸고 고민하는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고... 내가 사주가 아니라 신점을 보러 왔나? 하는 생각을 했다
사주에 불이 많다고 하면서 전공 계속 바꾸고 뭘 자꾸 새로 하려고 하고 있는거에는 만족을 못 하고 없는 것에 대해 너무 욕심내서 모든것이 뒤집힌다고 하셨다 가족들이 하는 말이랑 일맥상통해서 신기했고... 일리가 있는 말이라 생각해서 조금 내 인생을 돌아보게 되었다
지금 내가 가진게 전혀 없는 상태도 아니고 나름 운이 정말 좋아서 나에게 가능했던 최선의 선택지에 내가 있는데 감사한 줄 모르고 모든걸 뒤집는 선택을 했다가 후회하면...?
팀 분들이 너무 잘 해주셔서 앞으로 이직하면 못 본다는 생각을 하면 너무 슬퍼졌기에 내 옆자리이신 3년차 사원님(나는 친언니가 없지만 뭔가 친언니같다) 보고 울먹거리다가 과장님께 끌려가서 면담당했다
과장님께는 개발이 너무 하고싶어서 이직할 생각이라고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그리고 팀 분들이 너무 잘해주셔서 이제 못 본다고 생각하니까 눈물이 난다고 하면서 울었다
그러면서 붙은 회사가 우리 회사보다 더 큰지, 연봉을 더 주는지 여쭤보셔서 아니라고 했더니 개발이 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면 나가지 말라고 하셨다 우리 과장님은 정말 대인배셔서 자기가 내가 그런 생각하는지 몰랐고 앞으로는 개발을 다시 하게 될거고 원래 내 포지션에 있던 대리님도 개발만 하셨다고 하셨다
그리고 다음주부터 다시 개발을 하게 되었는데 개발하니까 갑자기 회사 만족도가 수직상승해서 별로 다른데 가고 싶지 않아졌다
매일 버그픽스와 트러블슈팅을 하고 실제로 개발을 하니까 유산소운동을 다시 하는 기분이라 좋았다 역시 개발하는게 너무 재미있다... 그리고 다시는 개발을 빼앗기기 싫은 마음도 있어서 빠릿빠릿하게 개발했다
엑셀 워드 피피티 하다 보니까 리액트조차도 너무 재미있어서 css도 관심을 가지고 보고 채팅 버블에 암호화 해제 버튼을 달았더니 채팅 간격이
네 알겠습니
다.
이렇게 밀리는 것도 css에 가서 max width를 수정해서 바로 고칠 수 있는 멘탈의 소유자가 되었다
개발은 멘탈과 집중력인 것 같다... 스트레스받고 하기 싫다고 생각하면 해결이 잘 안 되고 그냥 멘탈 튼튼하게 부여잡고 쉬지 않고 보면 바로 문제가 보이고 해결된다
몇달만에 개발을 했더니 같은 문제여도 좀 더 나은 솔루션을 적용할 수 있어졌다
원래 전체 조회 쿼리는 ALL이라는 enum을 추가로 만들어서 했는데 이제 dto의 그 type을 nullable로 만들고 null일때는 전체 조회를 한다던가...(리액트에서 type: string | null 이런식으로 하는 방식을 예전에는 알지 못했다...)
이 방식으로 했더니 항상 enum에 의미없는 ALL이 들어있는게 너무 의미상 깔끔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는데 없어져서 좋았다
그리고 이펙티브 자바를 다시 읽기 시작했는데 item 2에서 나온 팩토리 메서드 방식이 회사 코드에 적용되어 있어서 좋았다
openSearch를 사용하는데 STG PROD등 환경에 따라서 조회해야하는 곳이 달라지게 된다 그래서 환경을 인자로 받아 openSearchClient를 생성해서 돌려보내는데 그게 팩토리 메서드 방식으로 되어있었다
공부를 할 수록 더 보이는게 있고
JPA 김영한님 강의도 들으면서 JPA에 대해서도 공부하기 시작해서 회사에서 쿼리 튜닝도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우리 회사에서도 나는 성장할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생겼다
과거에 했던 일로 인해 개인 프로젝트로 일간 트래픽 5만정도 되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운영할 기회도 생기기도 하고...
이제는 환경이 안 받쳐주면 성장을 못 할까봐, 내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경험을 하고 있을까봐 극도로 두렵지는 않다
내가 했던 일과 경험 중에 의미없는 것은 없고 어떻게든 내가 가진 것들을 이용해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결론이 났다
(그래도 회사에서 개발을 안 시켜준다면 또 난리날 것 같다)
결국 저 스타트업에 가는 것을 포기하면서 지금 포기한 기회를 내가 죽을때 후회하지 않도록 열심히 살아서 더 좋은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정말 너무 아까운데 불안함이 설렘을 이겨버렸다...
내가 이렇게 두려워하지 않을 때까지, 연봉 협상을 저것보다는 잘 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갖추고 내실을 좀 더 다진 후에 우리 회사라는 온실을 나가보려고 한다...
한바탕 저렇게 소란을 겪고 나서야 정말 지금 회사에 정착하고 적응해나갈 생각을 했다
우리 팀이 담당하는 서비스의 도메인 지식도 좀 더 공부하고 익숙해 지려고 하고 팀이 돌아가는 상황이나 그런 것도 좀 더 보려고 하고...
예전에는 여길 나가면 없어질 여기만의 용어와 지식(레거시랑 통신하는 api규격과 대화엔진에 사용되는 정책들이나 용어들...) 에 투자하는 모든 순간이 아까웠는데
여기서 적응한 경험이 다른데 가서도 적응하는데 도움을 줄 거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공부도 한 과목을 각잡고 해본 사람이 다른 과목 공부도 잘 하듯이...
공부도 경험과 노하우라면 일과 조직생활도 그럴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일년동안 만난 모든 사람들이 내 성장에 기여해서 그들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취업할때까지 무조건 지지하고 응원해준 가족들, 사이드 프로젝트 같이 해준 분들, 고민 상담해준 친구들, 같이 스터디해주고 고민 상담도 해준 동기들, 걱정과 불안을 안고 찾아가면 멘토링해준 분들... (밋업에서 만난 분들도 정말 도움되는 조언 많이 해 주시고 세상 사는 이야기 듣다보니 견문이 넓어지는 것을 느꼈다... 과거의 나는 너무 혼자 틀어박혀 있어서 세상 돌아가는 것 뭣도 모르고 좋은 개발자란 뭔지도 모르고 나태하게만 살았던 것 같다)
특히 우리 과장님은 신입이 들어와서 저러고 있으면 싫고 미울 수도 있는데 정말 잘 해주셨다
정말 성숙한 분이신 것 같다... 그리고 부드러운 리더십이 있어서 그런 점도 배우고 싶다
그래도 나는 욕심을 다 버리지는 못해서 팀에 내 사수님이나 과장님처럼 헌신만 하지는 못하고 내가 원하는것(개발,퇴근)도 얻어가면서 하고 싶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팀 전체가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고 맞추려고 노력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 정말 오랜만에 세상 밖으로 나와서 좌충우돌을 겪으며 많이 성장하는 한 해를 보내서 2024년이 정말 뜻깊었다
여기가 내 끝도 아닐테고 앞으로 더 성장할 일밖에 안 남았다고 생각하게 되어서 2025년을 희망차게 맞이할 수 있어 좋다
지난 반년, 혼란한 시기를 넘기고 마음이 안정되어 이제 공부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